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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아르헨티나 국민이 온몸으로 배운 교훈, 우리도 깨쳐야

[김이석 칼럼] 아르헨티나 국민이 온몸으로 배운 교훈, 우리도 깨쳐야

기사승인 2023. 11.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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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재정적자를 감수한 '퍼주기'식 좌파 포퓰리즘의 본산인 아르헨티나에서 놀라운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자유지상주의자 정도로 번역되는 '리버테리언' 입장을 취하는 경제학 교수 출신의 자유전진당 하미에르 밀레이 후보(Javier Milei, 53)가 19일(현지시간) 결선투표에서 지금까지 아르헨티나를 지배하던 '페론주의'로 불리는 좌파 포퓰리즘을 상징하는 여당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51)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밀레이 당선자는 다음 달 10일 임기 4년의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좌파 포퓰리즘의 덫에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페론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한 밀레이를 대통령으로 뽑아 그런 덫에서 벗어날 정책을 추진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 17일에 밀레이의 당선 가능성에 주목한 라이너 지텔만 박사의 칼럼, "아르헨티나 결선투표, 리버테리언이 페론주의자에 승리할까?"를 게재한 바 있다.

주지하듯이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세계최고 수준의 1인당 GDP를 가진 부자나라였다. 소설 "엄마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은 가난한 나라 이탈리아에서 부자나라로 일하러 간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그 부자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잦은 국가파산으로 금융시장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인플레이션이 100%를 넘는 빈곤한 나라, 또 경제적 자유가 최저수준인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인플레이션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고정급을 받는 국민들의 지갑이 그야말로 털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 조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초인플레이션은 선거에서 표를 사기 위한 '선심성 정책'에 쓰기 위해 국채를 마구 발행하고 이를 그 나라 중앙은행이 인수하면서 뭉칫돈이 시중에 풀려나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적자 재정지출은 정치적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여기에 길들여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지금까지는 각종 보조금과 수당 등 당장 얻을 혜택에 눈이 멀어 곧 닥칠 초인플레이션과 국가파산이 초래할 문제를 외면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과감하게 이런 덫을 벗어날 파격적인 방법을 제안한 후보를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밀레이 대통령 당선자는 아르헨티나 화폐인 페소화를 철폐하고 달러화를 아르헨티나 화폐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을 철폐하겠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는 바로 방만한 "국채의 발행과 이의 중앙은행 인수 그리고 그 결과 빚어지는 엄청난 고율의 인플레이션"이 가능한 구조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뜻이다. 밀레이 대통령 당선자가 이런 정책들을 저항하는 목소리들을 잠재우면서 얼마나 잘 실행해 낼 것인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미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선심성' 포퓰리즘은 기세를 떨치고 있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상대적으로 더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선거가 임박하면서 경기부진으로 세수가 충분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예산심사를 하면서 벌써 예산증액을 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채가 급속도로 쌓이고 있고 나라 곳간이 비었을 뿐 아니라 외상으로 빌려 쓰고 있는데도 어느 한 정치인은 "곳간에 남는 쌀이 썩어나고 있다"는 해괴한 발언을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식의 퍼주기 정치가 아르헨티나를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초고율의 인플레에 시달리는 최빈국으로 추락시켰음을 우리 모두 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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