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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2024] 남북 복싱 시상대 나란히…임애지·방철미 동메달

[파리 2024] 남북 복싱 시상대 나란히…임애지·방철미 동메달

기사승인 2024. 08. 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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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혼합복식에 이어 두 번째로 남북 한자리
냉각된 양국 관계 반영하듯이 작은 몸짓만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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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왼쪽)가 시상대에 올라 있다./연합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획득한 임애지(화순군청)와 방철미(북한)가 함께 시상대에 올라갔다. 이는 탁구 혼합복식에 이어 두 번째로 남북이 함께 한자리에 서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앞서 탁구에서 한국의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가 동메달, 북한 리정식-김금용 조가 은메달을 획득했던 것과 달리, 복싱에서는 똑같이 동메달을 수상해 단상에 함께 했다.

화기애해한 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심경과 달리 냉각된 현재의 남북 관계를 보여주는 듯, 두 선수는 시상식 내내 거의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급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메달 세리머니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일 준결승전 패배로 둘 다 동메달이 확정됐고, 경기를 치른 지 나흘 만에 메달을 받은 것이다.

둘은 어색한 모습이 시상식 내내 이어졌다. 다만 말은 오가지 않았어도, 메달 수여식이 끝나고 시상대에서 '빅토리 세리머니'를 할 때 작은 몸짓은 나눴다.

금메달리스트 창위안이 있는 가장 높은 단상에 임애지가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먼저 올라가 있던 방철미는 임애지에게 손짓을 보냈다.

이번 대회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자리 잡은 '셀카 세리머니'는 임애지가 맡았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임애지, 북한 대표팀 방철미는 그 순간에서야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워졌다.

시상식이 끝난 뒤 임애지는 공동취재구역에서 "(방철미 선수가) 말 못 하는 사정이 있구나 싶어서 나도 말을 걸지 않았다. 곤란하구나 싶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런 분위기에서 내가 '언니'라고 부르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제가 더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김호상 한국 복싱대표팀 감독도 "시상식에 오기 위해 우리와 북한 선수단 둘만 버스에 탔다. 북한 지도자가 쳐다보니까 선수가 말을 못 하는 것 같더라"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얼어붙은 분위기는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방철미에게 동메달 소감을 묻자 "이번 경기에서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여느 경기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동메달을 딴 임애지의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관중 함성을 들으며 더 힘을 얻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과 상반된 반응이다.

또한 임애지가 "지금은 (남북이) 나뉘어졌지만, 같이 힘을 내서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반면,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에 다른 것은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엄숙한 태도를 취했던 방철미도, 임애지의 한마디 말에 평정심이 무너졌다.

일본 기자가 '임애지가 준결승 끝나고 시상식에서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임애지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뒤 임애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얼음장 같던 방철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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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임애지와 북한 방철미가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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