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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이재명 아버지 논란’ 아부의 극치일 뿐인가

[김이석 칼럼] ‘이재명 아버지 논란’ 아부의 극치일 뿐인가

기사승인 2024. 07. 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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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김이석 논설심의실장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주일 전 당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강민구 대구시당위원장이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말해 커다란 논란을 빚고 있다. 강 최고위원의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란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강 최고위원이 명비어천가를 불렀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런 논란을 빚자 그다음 날인 20일 강 최고위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대표에 대한)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는 강 최고위원의 말에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및 영남유림단체가 크게 분노하면서 23일 이렇게 성명서를 냈다. "도대체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 아부의 극치가 있단 말인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 인사 예법 어디에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언행이 있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를 배려했던" 퇴계선생의 삶과 철학이 왜곡당하고 모욕당했다는 것이다. 영남유림은 강 최고위원과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진심이 담긴 정중한 사과를 했다는 소식은 없다.

강 최고위원의 '아버지' 발언은 '아부의 극치'와는 다른 측면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 발언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곧바로 북한에서 김일성을 '아버지'나 '어버이'로 부르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극존칭이나 '아버지, 어버이'와 같은 호칭을 정치지도자에게 붙이는 것은 대개 북한이나 나치 독일처럼 우상화와 절대복종이 필요한 전체주의 국가에서 흔히 보는 현상이다. 그런데 그런 생소한 말을 우리 사회에서 듣게 되었기에 놀라는 것이다.

이복현 이북도민작가에 따르면 1960년대에 시작된 김일성 우상화 작업으로 1961년 발표된 체제선전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가사 속에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 원수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는 구절이 들어있다. 지금은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이 노래의 가사 중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 원수"가 최근 "우리의 아버진 김정은 원수"로 바뀌었다고 한다.

강 최고위원은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듯이 이재명을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추켜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로까지 불릴 정도로 민주당을 일으켜 세운 사람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에게는 그가 '아부의 극치'를 보여줬고 그래서 '명비어천가'를 불렀다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이런 '아버지' 발언은 강 최고위원의 튀는 발언, 하나의 일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기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이 너무나 뚜렷하게 목격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계'에 대한 공천학살 이후 최고위원 출마자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에 출마한 국회 다선의원들조차 '충성 경쟁'으로 들리는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변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인데 국회를 중립적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이끌고 가겠다고 국회의장 출마자들이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당의 아버지'와 같은 종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매우 낯선 표현이 등장하고 예전에 보지 못했던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 발언을 단순히 돌출된 예외적인 '아부의 극치'로만 치부되기 어렵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에 강력한 비판도 거의 없다.

이는 하이에크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 속에 집단주의 병리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나치나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극존칭과 '아버지'와 같은 발언은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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